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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최선의 삶]_독후감

책에서 좋아한 문장들이다.

  • 목줄을 꺼냈다. 이리저리 날뛰며 강이는 기뻐했다. 목줄을 풀어준다는 것은 강이를 집에 가둔다는 뜻이었고, 목줄을 묶는다는 것은 강이와 함께 바깥으로 나간다는 뜻이었다.

    • 모순적이지 않은가.

  • 무서운 것에 익숙해지면 무서움은 사라질 줄 알았다. 익숙해질수록 더 진저리쳐지는 무서움도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 책 표지에 적혀져 있는 이 문장을 다시 한번 보니, 강이의 입장에서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소영이 익숙해짐으로써 겪게되는 무서움들 그 공포와 최악의 병신을 일컫는구나란 생각이 든다.

  • 왜 집을 나갔느냐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받을 때마다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아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그러면 집이 싫으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대답할 수 없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밥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 것처럼, 멀리 나가다보면 원하지 않던 곳에 다다르더라도 더 멀리 나아가야만 하는, 그런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먼 곳에서 더 먼 곳으로 갈수록,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더 비참한 느낌이라는 걸, 따뜻한 이불이 포근하고 좋아서 무서워지는 순간이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읍내동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가장 부유한 건물에 사는 아이로 통했다. 전민동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장 가난한 동네에 사는 아이로 통했다.

    •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심지어 시간조차도 상대적이지 않은가. 그러니 타인과의 비교는 끝없는 악만을 낳을 뿐이다. 자신 스스로와의 비교가 중요해지는 문장이다.

  • 소영의 예측 방식은 달랐다. 내 방식이 먼 곳에 놓인 돌맹이를 보려는 거라면, 다른 사람들의 방식이 쥐고 있는 돌멩이를 꾸준히 쥐고 있는 거라면, 소영은 돌멩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바둑을 두는 방식이었다. 현실에 두는 돌 하나로 미래의 돌의 위치를 바꿔놓았다. 소영의 곁에서 나는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미래가 현실을 향해 마구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했다. 막연한 단어로만 꺼내보았던 미래가 현실 속에서 필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소영은 현실이라는 그물로 미래를 포획하는 유일한 아이였다. 제 마음대로 꽃을 피우고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아이였다.

  • 혼자 외부인이었던 나는 이 아이들을 만나면서부터 함께 외부인이 될 수 있었다.

  • "이 이름이 선물 같은 거잖아. 간직해둬야지."

    • 순수한 말 한마디로 아람, 소영, 강이에게 우정을 주었지만 이 아저씨도 결국 '모르는 아저씨들'과 같았다.그게 참 마음이, 세상이 슬프다.

감상평

중반부부터 쭈욱 읽어 끝냈다. 초반부는 아주 가끔씩 읽어 제끼다가 중반부부터 책을 물마시듯 읽었다. 다 읽고 나니 너무 생으로 된 글을 먹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들의 개연성이나 교훈, 나의 일상과 비교될만한 것들을 주로 보는데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았고 이런 인생이 정말 있을까? 란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서는 '그래서, 이게 왜 대상이라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품을 펌하하는 의미에서의 말이 아닌 날 것을 먹어서 MSG에 중독된 내 입맛으로는 판단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16살의 나이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오히려 나이 불명에 이름 불명인 사람의 허구를 보는 듯한 기분에 빠져 책을 읽었는데, 마지막에 열여섯살이라는 글자를 보자 더 스토리 해석에 혼란이 왔다. 무슨 숨은 의미가 있을 까 해서 심사평이나 블로그를 찾아봐도 내 의문을 풀어줄 소견은 없었다. 사실 이 모든 소설이 작가의 10년 동안이나 지속된 악몽이라는 점이 이 소설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작가와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말고는 무언가 떠오르는 생각은 없더라..가 내 감상평에 알맞을 것 같다.